뭔가 여러가지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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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종종 갤 들러서 썰 풀고 가던 하꼬입니다.
평소라면 반말하면서 글을 썼겠지만 오늘은 평소대로 적어보려고요.
요즘엔 시험 기간이라서 그런지 사람들도 많이 없고 트위치 자체가 조용하게 느껴지고 그래요.
여름방학 직전이어서, 학생들은 바쁠 시기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이전보다 채팅창도 조용하고 혼잣말로 새벽을 채우는 시간이 늘었어요.
방송을 하면서 즐거웠던 일도 있었고 힘든 일도 있었지만 그래도 트수들을 생각하면서 힘내야지, 할 때가 많았어요.
그런데 오늘은 뭔가 여러 방송들을 보고 갤 글을 읽다가 착찹해졌어요.
방송을 시작하면서 그리고 지금까지 친목 없이 외딴섬으로 커야지 생각하면서 그 기준을 잘 지켜오고 있는데
그래도 가끔씩은 누군가와 방송 관련 고민을 나누고 싶고, 같이 게임을 하고 싶고, 조언을 받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했었어요.
트수일 땐 몰랐는데 방송이라는 건 겉으로 보여지는 거랑은 또 많이 다르더라고요.
방송을 켜면 제가 그 방송의 주인이니까, 내 방송에서만큼은 내가 선장이니까 이대로 침몰하지 않게 잘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기고,
취미로 시작한 방송임에도 텐션이 잘 나오지 않거나 그 결과가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을 때 실망하게 되고는 했어요.
그럴 때마다 어디에 이야기할 곳이 없어서, 그렇다고 시간을 내어 방송을 봐주시는 분들에게 어리광을 부리고 싶지는 않아서
익명성에 기대어 여기에 글을 쓰기 시작한 것 같아요. 뚜껑을 닫은 냄비가 끓어 넘치기 전에 한 번씩 열어주는 것처럼요.
아마 직접 글을 적으시진 않더라도 보고 계시는 많은 소규모 방송 스트리머님들도 이런 저런 이야기들에 공감하고, 알고 싶어서 여길 들리시지 않을까 해요.
그래서 갤에서 몇몇 분들께 실베쨩이라고 불리는 동안 참 기뻤어요.
언젠가 방송에서 만나진다면 참 좋겠다, 하고 기대하면서 매일 매일 방송을 켰었거든요.
'하꼬'라고 불리는 소규모 방송을 해보신 분들이라면 공감하시겠지만 그냥 단 한 명의 관심이라도 그게 참 좋았던 것 같아요.
채팅 한 줄에 이야깃거리가 생기기도 하고, 또 대화의 시발점이 되기도 하니까.
정말 별 것 아닌 그 관심이라는 게 하꼬 스트리머라는 자리에선 굉장히 중요했을지도 몰라요.
사실은 언급되는 스머님들 방에 가서 아, 이런 점은 배울만하고 이런 부분은 참 좋다, 하고 몰래 공부도 했었어요.
그리고 그렇게 구경 간 방의 장기 휴방과 방접 관련 이야기를 들으니까 제가 오래 뵌 분들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뭔가 엄청 슬프고 그래요.
섣불리 이해한다고 말할 수도 없고, 위로의 말을 건넬 수도 없지만 방송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종종 자신의 방송의 끝을 생각해 보기도 하니까
그 결정이 얼마나 힘들고, 어렵고, 스스로한테 화가 났을지 그래도 조금은 알 것 같거든요.
동시에 내가 방송을 하면서 타인에게 얻고자 했던 관심의 양면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됐어요.
어떤 말들은 그냥 내뱉는 것만으로 주워담을 수 없고,
진심이 담겨있든 단순한 농담이든 넷상에 적힌 문장들은 그 어떤 단서도 품고 있지 않으니까 조금 더 쉽게 받아 들여지고 하는 거 같아요.
누구도 원하지 않았을 결말이었을텐데 어떤 말들은 벼린 날붙이처럼 아프기도 하고, 지나치게 깊숙이 박히기도 하는가 봐요.
동시에 제가 썰이라고 적은 것들 또한 누군가한테는 불편한 글일 수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됐습니다.
그렇게 생각이 복잡해지는 새벽이에요.
혹시라도 스치듯 여길 들러서 보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또 다른 스트리머님들이 계시다면 힘내셨으면 좋겠어요.
동시에 스스로를 유기견이라고 부르며 갈 곳을 잃은 트수님들도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일전에 앞으로 하고 싶은 이벤트에 대해서 이야기 했을 때 세상이 흉흉하다고 하면서 걱정해주신 분도,
일기장처럼 슬쩍 털어놓은 많은 이야기들을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실베쨩은 끝끝내 정체를 밝히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 해주셨던 어느 분의 댓글처럼
퇴갤해 외딴섬으로 돌아가기 전에 짧게나마 인사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내가 그토록 성장하기 위해 목말라 했던 그 관심을 더 받기 위해서는 나를 찾아온 우리 방 트수들에게 더욱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한다는 걸 알기에,
언젠가 마지막 방송을 하는 날 후회나 힘듦의 기술보다는 좋은 일로 기쁘게 공지를 써내려 갈 수 있게 되기 위해서 마지막 글을 적습니다.
항상 다음에 또 봐! 하고 인사드렸지만 이 새벽에는 조금 다르게 적겠습니다!
언젠가 정말 만나진다면 그때엔 잘 부탁드려요!
그때엔 실베쨩 말고 제 이름을 불러주실 수 있도록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다들 잘 자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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